우크라이나에서 한국으로 피난 온 고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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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한국으로 피난 온 고려인


2022. 4. 29.

 

고려인은 러시아어로 '까레이스키'라고 불린다

'고려인'이라는 단어는 비교적 근래에 생긴 표현으로, 고려인들의 중앙아시아 혹은 연해주 이주 역사에 비하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표현이다. 이전까지는 중국, 일본 등 다른 나라의 해외 동포들과 같이 그저 '조선인'이라고 했다. 이는 조선적 문서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과 북한이 성립되기 이전인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시기에 해외로 나간 동포들은 '한국인'이라는 표현 자체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조선인', '조선민족' 등의 용어가 '한국인', '한민족' 등으로 대체되기 시작한 것은 분단 이후부터로 그 이전까지는 조선이란 표현을 더 빈도 높게 사용했다.

분단 이후, 민단과 조총련을 세우면서 대립이 시작된 재일동포들과는 달리 재소조선인들은 냉전 시기에 공산권인 소련에 소속되어 있었고 북한이 공산권에 속해 있었던 만큼, 당연히 북한에서 부르는 민족 명칭을 따서 '조선인'이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1980년대 중반부터 소련의 정세가 급변하고 페레스트로이카가 이뤄지는 분위기 속에서 재소조선인들 사이에서는 대한민국과의 관계도 고려해 '조선인'을 대체할 중립적인 명칭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고려인'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고, 1988 서울 올림픽 직전인 1988년 6월 전소고려인협회가 결성되면서 고려인이라는 명칭이 점차 퍼져나가게 된다. 이후 1993년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소련 조선인 대표자 회의에서 정식으로 재소조선인의 명칭을 '고려인'이라고 부르기로 결정한다. 즉, '고려인'이란 표현은 이오시프 스탈린이 강제이주 정책을 시행했을 때부터 있던 표현이 아니라 1980년대 이후에 생긴 표현인 것이다.

고려인들의 입장은 그들 자신이 '조선' 사람도 아니고 '한국' 사람도 아닌 소련 사람이고 또한 자신의 언어와 문화도 한 세기 이상 지나는 동안 이미 남과 북과는 이질적인 소련의 특성을 많이 띠고 있으며 남쪽과 북쪽의 것과도 다른 자신들만의 특수한 독자적 특성을 이어왔으니 그 어느 쪽도 아닌 '고려인'이라고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결국 고려인이라는 호칭은 한반도의 분단이 낳은 특수한 역사의 산물인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이러한 표현은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현재 대한민국내에서 재러동포나 한국계 러시아인 같은 표현보다는 고려인이라는 표현이 많이 보이는 편이다. 이는 하나의 국가에 정착하여 살고 있어 '재중동포', '재일동포'나 '재미동포' 같은 표현도 자주 보이는 중국, 일본이나 미국과는 달리 고려인들은 1991년에 해체된 구소련의 구성 공화국에 분산되어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려인 그룹'을 특정 국적으로 묶기 힘든 점도 한몫했다. 고려인들은 과거 소련 국토 내에 퍼져 살았고, 소련이 무너진 현재에는 러시아 국적이 아닌 고려인도 다수 있기 때문에 소련이 붕괴된 현재에는 '재소동포'나 '한국계 소련인'대신 '재러동포'나 '한국계 러시아인'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고려인'이라고 하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정착한 한민족 그룹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자리잡았다. 다만 중국의 경우 소련과 함께 공산권에 묶여있었기 때문에 옛 명칭인 '러시아조선족'같은 표현도 종종 보이는 편이다. 조선족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중국어에서 '조선족'이라는 표현은 한민족계를 통칭하는 명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