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중유럽 국가들에 의해 시행된 우크라이나산 곡물, 농식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가 이뤄졌다.
EU에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대한 관세면제를 연장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중유럽 국가들의 분노가 터져나온 것이다. 여기에 EU에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관세면제로 인해 피해를 보는 중유럽 국가들에 대해 턱없이 낮은 지원금을 지불한 것도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중유럽 국가들이 작년에 풍년으로 인해 곡물의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짐과 동시에 러우전쟁으로 연료비 등이 크게 올라서 농가들의 지출이 크게 증가한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EU에서 제3세계의 곡물 수급을 안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우크라이나산 농식품에 대한 면세 혜택을 적용하면서 헝가리와 폴란드, 슬로바키아 농민들의 피해가 가중되었다. 당연히 중유럽의 농식품 가격은 크게 폭락했는데 폴란드만 해도 1년 전 1t에 1500즈워티(약 46만원)하던 폴란드 곡물 시세가 최근 750즈워티(약 23만원)로 반토막이 났다. 게다가 당초 EU를 경유해 개발도상국 등 제3국으로 곡물이 원활히 공급되게 하자는 취지와 달리 우크라이나 곡물 물량의 상당수가 3국에 수출되기는 커녕 동·중부 유럽 시장에 쌓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농업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는데, 우크라이나는 소련 해체 이후 콜호스들이 해체된 것을 계기로 농업 생산성이 급격히 증가하였고 같은 시기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던 북아프리카 및 중동 국가들의 증가한 수요만큼 농산물을 박리다매로 수출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대거 수입하던 큰 손인 이집트 경제가 인플레이션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그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구입하던 국가들이 일대일로 채무 빛더미에 쌓이면서, 해외 원조식량에 의존하는 비율이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이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수출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크라이나가 박리다매로 수출하던 잉여 곡물들이 아프리카 대신 유럽으로 향하자, 가뜩이나 연료비와 비료값 상승으로 신경이 곤두선 폴란드와 헝가리 농민들이 반발하는 것이 당연했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농민들 뿐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들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이는 해당국 국민들 사이의 반러 감정 뿐만 아니라 반우크라이나 감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폴란드와 헝가리에게 있어서 농업이 국가 경제에 비중이 그렇게까지 큰 것은 아니지만, 농민들의 민심을 잃는 경우 지방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상당한 타격을 입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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