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웰빙.다이어트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조혈모세포 기증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마세요.


공여자의 골수, 말초혈액, 제대혈 등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하여 다른환자에게 이식하는 것. 과거에는 골수이식이라 불렀으나 최근에는 골수뿐 아니라 말초 조혈모세포, 제대혈 등 조혈모세포의 근원이 다양하므로 골수이식이라 부르지 않고 조혈모세포 이식이라고 부른다.

원리는 죽기 직전까지 항암제를 몸에 쏟아부어서 암세포를 포함해 상존하는 골수를 없애고, 없어진 골수를 대신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골수를 집어넣어 주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골수를 리셋하는 것. 이 과정에서 타인의 새로운 면역체계까지 같이 이식된다.

일반적인 이식수술과는 차이가 좀 있는데, 다음과 같다.
수술이 아닌 시술이다.
'세포' 이식이다. (다른 이식은 대개 '장기'를 이식한다.)
조혈모세포 기증자의 생체기능에 장애를 전혀 주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자가이식도 가능하다.
HLA는 일치할수록 효과적이지만, ABO혈액형은 맞을 필요가 없다.
거부반응보다 이식편대숙주반응이 더 중요한 문제이다.
면역학적 내성이 유도되기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투여할 필요가 없다.

골수이식이 혈액암 치료의 최종병기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환자의 골수를 다 없애버리도록 항암제를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백혈병 세포를 최대한 제거할 수 있다.
병이 없는 건강한 타인의 골수가 들어오기 때문에 자신의 영 미덥지 못한 골수보다는 백혈병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볼 만하다.
타인의 골수는 내 몸의 세포를 보면 적으로 인식한다. 그 때문에 면역 억제제를 일정시간 복용해야 하는데 좋은 점은 타인의 골수에서 생성된 백혈구 및 T세포 등의 면역 체계는 내 백혈병 세포를 보면 원수처럼 마구 잡아 죽인다는 것이다. 이것을 이식편대 백혈병효과라고 하며 골수이식의 완치 효과는 상당부분 이 이식편대 백혈병 효과에 기인하고 있다. 내 골수에서 생성된 면역 체계는 백혈병 세포를 위협적인 적으로 인식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무한 증식을 반복하게 허용해서 백혈병이 발병한 것이지만, 남의 골수가 들어와서 면역 체계를 생성하기 시작하면 그런 것 없다. 이러한 이유로 완치를 기대해볼 수 있는 시술이다.

그렇게 훌륭한 치료방법임에도 신중을 기해서 해야 하는 이유는 일단 골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골수이식 시술 자체가 25%에 달하는 치명률을 가지고 있다. 10명 중 2, 3명은 골수이식 자체로 인해 죽는다는 소리. 백혈병이나 혈액질환이 악성인 경우에는 사망률이 더 올라가게 된다. 역시 문제는 위에 말한 타인의 골수에서 생성된 T세포 등의 백혈구가 내 몸의 건강한 세포까지 가리지 않고 공격하게 되는 것인데 이것은 이식편대숙주반응이라고 한다. 내 몸의 백혈병 세포를 잘 제거하는 것은 좋지만, 어떤 경우에는 항원이 100% 일치하는 골수더라도 이 이식편대숙주반응이 너무 심해서 내 몸의 세포에 심각한 공격을 가할 때가 있다. 대부분은 이식편대숙주반응이 없거나 생명에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로 경미한 수준에서 넘어가게 되지만 15%의 경우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너무 심해서 사망하게 된다.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면 정력이 약해진다든가, 다른 장기마냥 골수를 주면 나는 없어지는 것 아닌가 라든지, 그래도 몸에서 빼서 주는 것인데 뭔가 해롭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텐데 결단코 아니다. 골수이식은 이식이라는 단어조차 부적합한 인상을 주는 것이 기증자는 조혈모세포를 헌혈을 하고, 수혜자는 그 헌혈을 받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수혜자는 남의 세포를 받았으니 위험하지만, 그냥 주고 끝나는 기증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런 것도 없다. 기증자가 얻는 손해는 일주일 정도 병원을 방문하면서 얻는 시간적 손해와 대빵만한 주사기에 찔릴 때 좀 아프다는 정도다. 그래도 백혈병 걸린 사람이 겪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비할 순 없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평생에 한 번 할까말까한 일인 한 사람의 생명을 전적으로 당신의 손으로 구하는 일을 헌혈과 같은 노력만으로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다.


골수 기증(조혈모세포 기증)을 하는 방법은 가까운 헌혈센터에 들러서 골수 기증 의사를 밝히면 된다. 그러면 피를 채혈해가서 에이즈나 간염 등의 질병 여부 검사를 하고 당신의 HLA 유전자를 검사하여 등록하고 HLA가 일치하는 골수이식을 원하는 환자가 나타나면 당신에게 연락이 오게 된다. 당신과 골수가 일치하는 환자가 영원히 없으면 연락이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당신과 골수가 맞는데 당신 외에는 기증자가 없어서 애타게 기다리던 환자에게 바로 기증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골수 기증 등록자는 26만여 명인데 이는 인구의 0.5%에 불과하다. 기증자에게 후유증도 없고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골수이식이지만 등록자가 턱없이 부족해 골수를 찾지 못하거나 외국에서 찾는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다. 타인의 HLA항원이 정확히 일치할 확률은 6만 명에 1명 꼴인데 정작 등록해둔 사람에게 연락을 하면 기증을 거부하는 일도 많아서 타인이식을 받기가 쉽기 않고 때문에 우리나라의 골수이식 현상황은 아직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증을 거부할 생각이면 처음부터 확실하게 거부하도록 하자. 처음 연락했을 때 한다고 하고 치료 날짜까지 잡고 환자가 준비 과정에 들어가고 난 후에 말을 바꿔서 거부할 경우 이미 이식을 위해 본인의 백혈구를 모두 없애는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는 100% 죽는다. 이것은 자신이 환자를 죽인 것이나 다름 없다. 절대 가벼운 생각으로 기증한다고 하면 안 되며, 치료 날짜는 언제일지 처음부터 알 수는 없으므로 자신이 휴가를 못 낼거 같거나 조만간 시험이 있거나 해서 조금이라도 겹칠 가능성이 있으면서, 만약 날이 겹치면 거부하고 내 일을 우선하겠다는 사람은 계속 강조하지만 "반드시" 처음부터 거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