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랑 본토발음 '삥랑'은 빈랑나무의 열매로, 이 열매를 씹으면 각성 효과를 볼 수 있다. 인도나 대만, 사이판,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각국 여러 사람들이 많이 씹는데 인도에서는 빤, 대만에서는 삥랑,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피낭, 미얀마에서는 꽁야, 영어로는 비틀넛(betel nut) 등으로 불린다. 대체적으로 베틀후추 잎에 빈랑만, 혹은 그 외 다른 향신료나 담배를 함께 싸서 씹는다. 사이판에서는 라임(산호 가루) 등 가루를 반으로 가른 열매 안에 묻힌 뒤 씹으며, 인도네시아령 서뉴기니 지역에선 굴 껍데기를 빻은 가루를 곁들인다. 빈랑 열매가 염료 재료로도 쓰일 정도라 자주 씹으면 당연히 이가 변색된다. 또한 적갈색 침이 마구 흐르기 때문에 침을 자주 뱉게 된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침을 뱉지 말라는 경고문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이 열매에는 아레카이딘과 아레콜린이라는 알칼로이드계 성분이 들어있다. 마약과 같이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입에도 댈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말자. 증상은 나른한 발열감과 현기증. 악명 자자한 여타 마약들보다는 중독성과 해악이 심하진 않은 알코올 정도의 가벼운 수준이라지만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흡연 유무와 상관 없이 빈랑을 자주 씹으면 구강암과 식도암의 발생 확률이 증가한다고 한다. 실제로 빈랑을 섭취해본 사람들의 증언으로는 입 안에 상처가 많이 나는 편이라고 한다.
대만 사람들은 빈랑을 즐긴 지는 2천 년이 넘었다. 청나라 때 채육영이 쓴 '대만부지'에는 '남녀가 모두 씹기를 즐기며 특히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과일'로 소개돼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라는 근거 없는 주장이 돌아서 소비량이 더욱 늘어났다.
대만에서는 빈랑을 너무 많이 씹어서 뺨이 녹아내리거나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르는 사례가 늘어나자, 정부가 마치 금연 광고처럼 빈랑을 씹지 말자며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래도 타이베이나 가오슝 같은 대도시를 걷다 보면 1분에 하나꼴로 빈랑 가게를 찾을 수 있다. 간혹 선 여러 개가 방사형으로 늘어서면서 반짝이는 네온사인을 단 가게가 있는데, 이 네온사인은 빈랑을 파는 점포 혹은 품목 중에 빈랑을 취급하는 상점이라는 의미다.
대만에서는 길가에서 외설스런 복장을 입고 빈랑에 향료 따위를 넣어 파는 젊은 여성들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이들을 빈랑서시라고 한다. 일종의 호객꾼들로 가끔 빈랑을 팔면서 가벼운 스킨십을 하는 빈랑서시들도 있고, 빈랑을 팔면서 매춘까지 해주는 매춘부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야한 복장을 입고 판매만 하는 정도로 그친다.
빈랑이 육체노동자나 운전기사 등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데, 빈랑 가게들 간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한두 점포에서 고객 유치를 위해 자극적인 마케팅 아이디어로 빈랑서시를 시작했던 것이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것 같으니까 대부분의 점포로 확산되었다고 한다. 또한 대만에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걸쳐 부정부패 척결로 사창가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가면서 공창제가 폐지되는 등의 변화가 있었는데, 이 와중에 매춘부들이 노하우를 살려 빈랑서시로 돈벌이를 하면서 이를 더 부채질하기도 했다. 빈랑 복용자들은 대체로 저학력 노동자들이기에 빈랑서시도 대도시보다는 근교 지역이나 시골에 많다.
빈랑 때문에 이가 빨갛게 변색되는 사람이 많아 대만에서는 미백 효과가 있는 치약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아울러 대만의 지하철에서는 껌이나 사탕, 술, 매춘 말고도 빈랑까지 씹지 말라는 문구가 나온다.
중국 대륙 남부 화남, 특히 광동성-광서성에서도 빈랑을 엄청나게 씹어댄다. 그런데 빈랑이 환각 작용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구강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밝혀져서 2021년 중국에서도 전면 금지되었다.
2022년 9월 중국의 가수 푸송이 빈랑을 씹다가 구강암으로 사망하자 또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그는 사망하기 직전까지 항암 치료를 받았는데 영상으로 절대 빈랑을 씹지 말라고 홍보를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