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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신채호가 한 말이다?

원래는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가이자 역사가인 단재 신채호의 어록으로 알려져 왔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 부정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그 설득력과 당위성을 높이는 목적으로 제시된 것.

무한도전 TV특강 특집에서도 나왔고, 국가보훈처 블로그에서도 언급되었으며, 지금은 링크가 삭제되어 pdf 파일 다운로드 주소를 올린다.

오히려 가장 비슷한 말을 한 사람은 의외로 가까이 있는데, 다름아닌 백암 박은식 선생이 한국통사에서 언급한 역사는 신(神)이오, 나라는 형(形)이다라는 말이 이 말과 문장은 일치하지 않지만 사실상 거의 같은 의중에서 나온 말이다. 언제고 다시 만들어질 수 있는 형체보다 정신이 더 중요하다는 전제 아래 역사만 잊지 않으면 망한 나라도 다시 세울 수 있다는 뜻으로 한 말이기에 역사의 중요성을 더더욱 강조하는 말이다.



그러나 신채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신채호가 이런 말을 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

출처랍시고 나오는 조선상고사는 물론이거니와, 독사신론, 조선혁명선언, 조선사연구초 등 단재의 저작을 다 뒤져봐도 비슷한 말이 없다. 간혹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는 변형이 있는데 이것도 출처가 영 불분명하다. 그나마 가장 비슷한 말로는 독사신론에서 나오는 '역사를 버리면 민족의 국가에 대한 관념이 클 수 없다' 정도가 있는데, 흔히 아는 그 명언과는 조금 다르다. 자신에게 지식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 지식이 진실인지 확인할 생각은 하지 않는 사람들을 확인시켜주는 좋은 증거다.

신채호의 역사관에 따르면 역사는 역사 자체를 위해서 연구되어야 한다. 역사를 기억한답시고 역사를 왜곡하고, 그걸 확인하지도 않은 채 아주 영향력 있는 방송이나 신문에서도 대놓고 쓰는 일은 도리어 신채호의 정신에 역행하는 짓이니 절대 하지 말자.



그렇다면 이 말은 누가 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가 원문이며 이 말을 윈스턴 처칠 경이 했다고 생각한다.



뉴 멕시코 주립 도서관에 보면 저게 처칠이 한 말이라고 보란듯이 간판을 달아놨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몬테카시노 전투 관련 자료에, 영국의 국방부 차관이자 재향군인 장관이었던 아이버 캐플린조차도 저 말을 처칠이 한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처칠이 한 말인지는 불분명한데, 어느 연설이나 저서에서 나온 말인지 분명하지 않아서 위의 사례만으로는 의혹이 가시지 않는다. 게다가 처칠이 남겼다는 말과 굉장히 유사한 말을 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미국의 작가인 데이비드 매컬러이다. 그가 한 말은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can function no better than an individual with amnesia (과거를 잊은 국가는 기억을 잃은 사람보다 나을 게 없다)인데, 이것이 원문일 가능성도 있지만, 이 말 조차 그가 언제 어디서 한 말인지는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