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추진하고 있는 '네옴(NEOM)시티' 프로젝트가 축소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저유가로 인해 사우디의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프로젝트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네옴시티는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발표한 탈탄소 국가 발전 계획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이다. 이 계획은 홍해와 인접한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2만6500㎢)의 친환경 스마트 도시를 조성하여 석유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네옴시티의 가장 주목받는 부문은 길이 170km, 폭 200m, 높이 500m의 거대한 직선형 구조물 '더 라인(The Line)'이다.
사우디의 주 수입원인 국제 유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아 재정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최근 저유가로 인해 정부 수입이 타격을 받으면서 사우디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고 새로운 자금 조달 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은 되어야 사우디가 대형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 유가는 8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BBC는 사우디 정부 고문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조만간 네옴시티 계획을 재검토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재조정이 이뤄진다는 것은 확실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일부 사업은 연기되거나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개발자들은 원래 계획대로 170km 길이의 네옴시티를 완성하기보다는 2030년까지 2.4km만 완료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옴시티에 필요한 예산은 당초 5000억 달러(약 694조원)로 추정됐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4배 많은 2조 달러(약 277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우디 정부의 적자는 올해 210억 달러(약 29조원)로 추정되며, 네옴시티 관련 예산은 대부분 사우디국부펀드(PIF)에서 지분 투자 형태로 조달되고 있다. 그러나 PIF 현금은 급감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방송된 TV 다큐멘터리에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대형 프로젝트들에 회의적인 사람들에 대해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 1년이 지난 지금, 일부 의혹은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팀 캘런 연구원은 "PIF가 필요한 자금을 대는 것은 갈수록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며 "사우디 정부가 국채 발행으로 PIF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 시하비 네옴시티 자문위원회 위원은 비전 2030 프로젝트의 목표가 지나치게 야심 차게 설정된 것은 의도된 바였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계획들은 원래 욕심이 과한 수준으로 제작되었으며 사우디 역시 계획 중 일부만 제때 완성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면서 "완성된 부분만으로도 대단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달 초 석유기업 아람코의 주식 112억 달러어치를 매각해 PIF에 보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우디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지속하기 위해 새로운 자금 조달 전략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해외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네옴시티가 계획대로 완성될지, 아니면 축소될지는 앞으로 사우디의 재정 상황과 국제 유가의 변동에 달려있다. 그러나 빈 살만 왕세자의 야심 찬 계획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도전과 과제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