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4000억 규모 지분형 모기지 시범사업 추진
금융위원회가 고가 아파트 구매를 위한 대규모 대출 부담을 줄이고자 지분형 모기지 시범사업을 기획하며 한국은행의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 사업은 약 4000억 원 규모로, 수도권 및 지방에 약 1000호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 10억 원, 경기 6억 원, 지방 4억 원 이하의 중위가격 주택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지분형 모기지는 개인이 주택 매입금액의 일부만 부담하고 나머지를 정책금융기관이 지분 투자 형식으로 참여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10억 원짜리 주택을 구매할 때 개인이 1억 8000만 원을 내면 주택금융공사가 나머지 자금을 투자해 공동 소유한다. 이 제도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려는 취지지만, 집값 하락 시 손실이 공공기관으로 전가되며 세금 부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분형 모기지 시범사업은 주택금융공사가 핵심 역할을 맡는다. 참여자는 무주택자 중 점수제로 선정되며, 주택금융공사는 각 신청자의 주택 구매에 개별적으로 투자한다. 사업 재원 조달은 주택금융공사 자체 자금, 공사채 발행, 정부 예산 지원, 그리고 한국은행 출자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중 한국은행의 출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점쳐진다. 주택금융공사법에 따르면 자본금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함께 출자할 수 있어 법적 근거는 확보된 상태다. 한국은행은 2004년 주택금융공사 설립 시 최초 출자자로 참여했으며, 2023년 말 기준 약 9950억 원을 출자한 바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부동산 정책에 직접 개입하는 구조는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은행 출자와 중립성 훼손 논란
한국은행의 출자는 단순한 자금 지원 이상의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지분형 모기지는 주택가격 상승 시 수익을 공유하지만, 하락 시에는 주택금융공사가 손실을 우선 부담하는 구조다. 주택금융공사가 연 2% 수준의 수수료를 받으며 운영하지만, 집값이 크게 하락하면 손실 규모가 자본금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손실은 정부 또는 출자기관인 한국은행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국민 세금이나 한국은행의 자금이 손실 보전에 투입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우회적 재정지원’으로 간주하며,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를 공공이 떠안는 구조가 재정 건전성을 위협한다고 비판한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신중한 입장이 감지된다. 한은 관계자는 “시범사업 구조가 확정되지 않아 자금 조달 방식도 검토 단계에 있다”며 “법적 근거에 따라 출자 가능성은 있지만,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정책 목적은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부동산 정책에 예산 대체 수단으로 동원되면 중립성 훼손 논란이 불가피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행 출자는 결국 세금을 활용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부동산 매매에 공공자금을 투입하는 발상은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는 한국은행이 통화정책과 경제 안정성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부각된다.
지분형 모기지 구조와 세금 부담 가능성
지분형 모기지의 구조는 개인의 주거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10억 원 주택을 구매할 때 개인이 10%인 1억 원을 부담하고, 은행 대출 40%, 주택금융공사 지분 투자 50%로 나머지를 충당한다. 집값이 상승하면 수익을 지분 비율에 따라 나누고, 하락하면 주택금융공사가 후순위 투자자로서 손실을 먼저 책임진다. 이 구조는 개인의 금융 리스크를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공공기관이 손실을 떠안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문제는 손실이 주택금융공사의 자본을 초과할 경우다. 이 경우 정부 예산이나 한국은행 출자금이 손실 보전에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민 세금이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를 메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지분형 모기지는 공공재정에 의존하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집값 하락 시 국민 혈세가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과거 유사 정책인 손익공유형 모기지(박근혜 정부)나 지분적립형 주택(문재인 정부)은 시장 안착에 실패하며 비슷한 논란을 낳았다. 해외 사례에서도 영국의 공유지분 모기지가 민원 급증으로 실패한 전례가 있다.
시장 반응과 투기 수요 우려
시장에서는 지분형 모기지가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1억 8000만 원으로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구조는 수요 과열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특히 수도권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투기적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정책 실패 시 손실까지 떠안는 구조는 포퓰리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분형 모기지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돕는 취지는 좋지만, 시장 왜곡과 투기 수요를 간과하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적 변수도 간과할 수 없다. 지분형 모기지는 정권 말기에 추진되는 사업으로, 정권 교체 시 사업 지속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과거 정부의 유사 정책이 정권 변화로 중단된 사례는 이 우려를 뒷받침한다. 또한, 사업 초기 단계에서 민간의 참여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장기적으로 민간은행과 리츠(REITs)를 유치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지만, 민간은 부동산 가격 하락 리스크를 감수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장기적 전망과 민간 참여 가능성
지분형 모기지의 성공 여부는 민간 자본 유치와 시장 안착 여부에 달려 있다. 금융당국은 민간은행, 리츠, 기타 금융기관의 참여를 유도해 공공의 손실 부담을 줄이려 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과 손실 리스크로 인해 민간의 적극적 참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민간이 손실 리스크를 감수하며 지분형 모기지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며 “공공 중심의 구조가 지속되면 재정 부담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의 역할도 주목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부동산 중심의 금융 구조가 새로운 산업 육성을 어렵게 만든다고 언급하며, 지분형 모기지가 가계부채 완화에 기여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전문가들은 “지분형 모기지가 단기적으로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안정성과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도록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분형 모기지 주요 특징과 논란 비교표
항목 | 내용 |
---|---|
재원 규모 | 약 4000억 원, 1000호 대상 (서울 10억 원, 경기 6억 원, 지방 4억 원 이하) |
한국은행 역할 | 과거 9950억 원 출자, 추가 출자 검토 중, 법적 근거 확보 |
손실 부담 | 집값 하락 시 주택금융공사 우선 부담, 공공 자금 투입 가능성 |
세금 부담 우려 | 우회적 재정지원 논란, 국민 세금으로 손실 메울 가능성 |
주요 논란 | 중앙은행 중립성 훼손, 부동산 투기 수요 자극, 과거 정책 실패 사례 |
장기 전망 | 민간 자본(은행, 리츠) 유치 목표, 리스크로 인해 회의적 전망 |
정책 설계와 사회적 합의 필요성
지분형 모기지는 가계부채 완화와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야심 찬 시도다. 그러나 손실 부담 구조, 한국은행의 출자, 그리고 세금 투입 가능성은 신중한 검토를 요구한다. 정책 설계 과정에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 손실 분담 기준, 그리고 시장 왜곡 방지 방안이 명확히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포퓰리즘 논란과 정책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지분형 모기지가 성공하려면 투명한 운영과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필수”라며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기보다는 장기적 안정성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분형 모기지는 무주택자의 주거 부담을 줄이고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중립성, 재정 건전성, 그리고 시장 안정성이라는 삼각고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또 하나의 실패 사례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책 당국은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과 투명한 소통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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