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심각해지는 제주도 들개 문제
본문 바로가기

점점 심각해지는 제주도 들개 문제


2022. 5. 6.

 

인간이 문명을 세울 무렵부터 거주지 주변에는 언제나 떠돌이개가 존재했을 정도로 들개와 인간사회는 고대부터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들개는 개의 가축화 과정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화석으로 볼 수 있는데, 길들여진 초기의 개가 사람손을 떠났으나 완전히 야생으로 회귀하지 않고 민가주변에 눌러앉아 버린것이 시초라는 가설과 생존경쟁에서 처진 늑대들이 음식쓰레기 등 공짜먹이를 얻기 쉬운 사람 곁에 살면서 점차 야생성을 잃고 스스로 들개로 변화했다는 설 등이 있다.

실제로 각국의 떠돌이개를 조사하면 개량된 품종견에서 볼 수 없는 유전적 다양성과 고유의 형질을 지닌 경우가 있는데, 특히 개발도상국가의 들개에서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며 이를 통해 견종의 역사와 전파과정을 밝히는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분석결과 가장 오래된 혈통의 들개집단은 인도와 아프리카에 있다고 한다.

들개는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늑대처럼 야생동물도 아닌 문명사회와 야생의 경계선의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데 먹이는 상당부분 사람이 버린 잔반 같은 쓰레기, 가축이나 사람 주변에 사는 동물에 의존하지만, 자발적으로 사람에게 노동력이나 부산물 등을 제공하지 않고 거리를 두며 편리공생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오히려 인위적으로 통제하려 들면 공격적으로 돌변할 수 있다. 물론 들개는 유전적으로 매우 다양한 집단이라 개체차가 심하며, 개 중에는 공격성이 적고 인간 친화적인 녀석들도 있는데 이런 사교적인 들개는 인간에게 다가오고 최종적으로는 사람의 보살핌을 받는 가축(집개)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렇게 가축화된 개가 들개무리와 격리되어 선택적 개량이 이뤄지면 품종견이 되고, 그렇지 않고 들개들과 자유로이 교배하여 자손이 들개의 형질과 별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야생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늑대보단 개에 가까운 동물이므로 강아지를 데려와 충분한 훈련과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면 일반 애완견과 다름없이 키울 수 있다. 일반 애완견과 달리 자연발생한 만큼 유전질환이 없고 매우 건강하며 장수한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개체별 외모와 기질이 천차만별인 만큼 고정된 외형과 품성을 따지는 견주에겐 적합하지 않으며, 대부분 중~대형으로 크게 성장하기 때문에 작은 집에서 키우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성견은 이미 야생화가 진행되어 사람을 따르지 않고 공격성을 드러내는 개체가 많기 때문에 길들이기 어렵다.

비록 집개와 매우 가깝고 외형적인 차이가 없을지라도 들개는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았으며 인간에게 비협조적인 반야생동물로 생각하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 완전한 야생동물인지라 기본적으로 사람을 피하는 편인 늑대 등과 달리 들개는 사람을 꺼리지 않고 수틀리면 서슴없이 공격할 수 있으며, 모든 야생 들개는 중대형의 체급이고 개의 기본적인 신체구조와 습성=늑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마주치기 힘든 야생늑대보다 들개쪽이 훨씬 위험한 동물이란 사실을 실감할 것이다. 덤으로 여느 야생동물과 마찬가지로 광견병이나 파상풍 같은 병원체를 보유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물렸다면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부터 받아야 한다.

들개는 수천년간 사람과 공존하며 살아왔지만, 인간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거주지의 도시화,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들개 무리는 길고양이처럼 점차 공중위생과 안전을 위협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들개는 길고양이보다 크고 공격적이며 심각한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길고양이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구제되는 경우가 많다. 2018년에 나온 넷플릭스의 다큐 "72 Dangerous Animals: Asia" 에 따르면 인도에만 6천만 마리의 들개가 살고 있는데 많은 수만큼 인간을 향한 공격도 빈번하게 보고되며 광견병 같은 병을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가축의 계획적인 육종에 큰 관심이 없었고, 개를 자유롭게 풀어 키우는 경우가 많았으며 묶어 키우는 경우에도 대문으로 들개가 들어와 교배하는 경우도 많았던지라 둘의 교류가 자유로웠기 때문에 한국의 견종중 토착견은 대부분 한반도 지역의 들개의 외형과 특성을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용으로 키우기 위해 살이 잘 오르도록 도사견, 토종개, 그레이트 데인 같은 대형견의 피가 섞인 잡종견들이 만들어졌는데, 이 개들이 개값 하락으로 버려지면서 꽤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견종들이 원래 투견으로 길러질 정도로 투쟁성이 강한데, 인간과 지내면서 인간에 대한 공격성도 가진 녀석도 간혹 등장하기 때문. 꼭 식용견만이 아니라 애완용으로 길러지던 중대형견들도 심심찮게 유기되어 야생화되는 바람에 상당한 문제가 되고 있다. 다른 위험동물이나 유해조수와 달리 동물보호법상 원칙적으로 유기견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등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사살하거나 덫/올가미로 잡을 수 없고 대부분 길고양이처럼 생포해서 동물보호소로 보낸 다음 일정 기간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시킨다.



한국은 중-대형 포식동물이 서식지 파괴와 밀렵 등으로 거의 멸종된 상태라 들개나 유기견 등이 완전한 야생개로 돌아가도 이를 막을 만한 생태적 지위를 가진 동물이 없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전체 개체수는 줄었지만 들개로 인한 사회문제가 더욱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야생 본성이 남아 있는 만큼 사냥 본능도 살아 있어서 가축들은 물론 포식자가 거의 없어 수가 많은 길고양이, 토끼, 고라니, 멧돼지, 노루, 조류 같은 동물들 역시 야생으로 돌아간 들개에게 좋은 사냥감이 되어준다. 시골 오지 같은 곳에서 가끔 들개들이 사냥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굉장히 섬뜩할 뿐 더러 사냥 중인 들개들은 매우 난폭한 상태이므로 물릴 가능성도 높고 광견병 위험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차량, 건물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자.

서울 북한산 일대에 버려진 유기견들이 들개가 되어 북한산 생태계를 교란시킴은 물론 인근 주택가까지 내려와 주민들과 등산객들을 위협하여 당국에서 포획조치에 나서기도 했고,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2018년 11월 24일 방영분에서는 들개 가족 중의 어미 들개와 새끼 들개들을 구조하는 사례가 방송되기도 했다. 이후 북한산 인근 지역에서는 들개에 대한 포획 및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충북 옥천군에서도 사살방안을 고려하다가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비난받기도 했다. 하지만 개빠나 동물보호단체들이 들개의 살처분을 반대하다가 피해액을 자신들이 보상하고 저 들개들을 잡아다가 돌볼거냐는 비아냥만 실컷 들었다. 애초에 인명까지 해칠 가능성이 높기에 예방차원적인 정책이 철회될 리가 없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문제가 심각하다. 섬이라는 특성상, 최상위 포식자가 없고, 넓은 한라산 자락에서 서식하면서 개체 수가 수천 마리로 불어난 상황이다. 이런 들개의 유입은 관광객이 버리고 간 반려견이 여러 세대를 걸치면서 야생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육지에서는 고작 개 몇마리가 대수인가 싶을 정도지만, 들개가 수천 마리로 불어나면서 노루를 뜯어먹는가 하면 서로 무리를 짓고 농장을 습격해 송아지를 뜯어먹는 등 피해를 끼쳐서 마을 주민도 불안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길고양이와 달리 들개는 보기 힘든 이유도 길고양이보다 훨씬 위험해서 더 적극적으로 구제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