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의 《아가씨》 캐스팅에는 많은 과정들이 있었다. 2014년 9월, 박찬욱 감독이 새로운 신인 여자 배우를 구하는 캐스팅 공고를 인터넷에 많이 내걸었는데, '동성애 소재', '노출 수위 최고 수준, 합의 불가'가 조건이었고 이것이 큰 화제가 되었다. 김태리 역시 이 공고를 봤다고 하고, 주변에서도 굉장히 이야기가 많이 오갔을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고 한다. 연극 생활을 하면서 여러 차례 오디션을 봐왔던 김태리는 처음에는 오디션을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큰 배역으로 출연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고, 배우의 시작을 굳이 큰 영화로 시작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그러나 소속사 제이와이드컴퍼니가 김태리에게 '떨어져도 좋으니 오디션은 한번 보지 않겠냐'라며 오디션 참가를 권유했고, 고민 끝에 참가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오디션에 임하게 된다.
당시 이 오디션에 참여한 인원만 1500명 가량이었다. 박찬욱 감독은 당시 오디션을 보는 과정에서 최종으로 추린 배우들이 다 맘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김태리를 만나게 되었고 '오디션을 보면서 내가 원했던 숙희가 나타났구나' 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김태리는 오디션을 보면서 출연하기 꺼려했던 마음이 바뀌었다고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오디션을 보면서도 '어차피 나랑 안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는데, 박찬욱 감독은 '나는 너랑 할 꺼다'라며 김태리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고. 결국 김태리는 마음을 돌려 2014년 12월, 아가씨에 캐스팅된다.
영국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하는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의 국내 복귀작', '동성애 소재', '1500:1을 통과한 신인' 등의 이유로 제작 단계부터 이목을 모은 작품이다. 2016년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주목받기도 한 《아가씨》는 같은 해 6월 1일 개봉했고, 한국영화 최초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평단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영화는 선정성 등에서 호불호가 갈리지만 최종 스코어는 428만. 손익분기점도 넘겼고 청불등급에 동성애라는 소재를 생각하면 고무적인 성적이다. 그리고 영화의 흥행과 함께 김태리는 충무로의 샛별로 급부상했다.
김태리는 사기꾼 백작의 제안을 받고 귀족 아가씨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하녀로 접근하는 소매치기 숙희 역을 맡았다. 숙희는 소매치기와 하녀라는 두 가지 입장에 놓인 인물. 김태리는 도둑으로서의 프라이드와 아가씨를 향한 진심, 두 가지 모두를 놓치지 않고 함께 가져가는 것에 신경썼다고 한다. 총 3부로 구성된 영화에서 1부의 화자를 맡은 숙희는 때로는 대범한 모습으로 때로는 어리숙한 모습으로 극의 전반부를 이끌어간다. 첫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대선배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이 많았다. 박찬욱 감독 역시 캐스팅에 대해 "오디션 때 외모, 태도, 연기 등 모든 면에서 우수했다"고 말하며 특히 김태리의 당찬 태도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아가씨' 박찬욱 감독 "김태리 합격? 맘속으론 5분만에 결정" 신예답지 않은 대담한 연기를 펼쳤다는 호평 속에서 김태리는 이 영화로 청룡영화상, 디렉터스 컷 시상식, 아시안 필름 어워드 등 국내외 주요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충무로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