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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신기.재미.이슈

취사병도 눈물 흘리게 만드는 공포의 쉐프

훈련을 위해 CS캡슐을 태우면 미세한 최루입자로 이루어진 최루가스가 방을 가득 메우게 되는데, 방독면을 착용하지 않고 입실할 경우 일차적으로 눈과 코가 맵고 노출된 피부가 화끈거리다가 공기를 들어마시는 순간 오장육부가 뒤집어진다. 또한 가스와 접촉된 얼굴 면적 전체가 따가워진다. 비유하자면, 청양고추가 곱게 갈린 포대에 얼굴을 통채로 박고 숨을쉬는 기분이다. 숨을 쉬려고 하면 할수록 미세 입자가 폐속으로 들어와 매우 고통스럽지만 또 숨을 쉬지 않으면 산소가 부족해서 죽을 것 같아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공포심이 들기도 한다. 조금 더 와닿는 비유로는, 수영장이나 바다에서 물놀이나 수영을하다가 코에 물이 들어갔을 때 엄청나게 매운 느낌이 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CS캡슐의 경우 그게 목구멍부터 시작해서 코, 입 전체에서 계속해서 나는 느낌이라 보면 된다. 원하든 원치 않든 눈물, 콧물, 침을 질질 짜며 아주 정신이 없어진다. 특히 화생방 실습 전에 각개전투 등을 해서 몸이 땀범벅이 되어 있다거나, 봄이나 여름같이 땀 배출량이 많은 때에는 모든 젖은 피부, 특히 겨드랑이나 음부같은 곳이 칼로 베이고 바늘로 마구잡이로 찔리는 고통을 느끼는, 진정한 헬게이트 상태가 열린다. 게다가 최루가스가 액체와 만나면 피부나 점막에 들러붙은채 떨어지기 힘들어 지기 때문에 눈물, 콧물, 침 등을 내면 낼수록 최루가스 입자가 호흡기에 들러붙게 된다.

CS캡슐에서 퍼진 가스는 매캐함과 따가움 외에도 후추 비슷한 냄새가 독하게 난다. 음식이 탈 때 나는 내음과도 비슷한데 아주 같지는 않아서 어디서도 맡아보기 힘든 고유의 냄새가 있다. 화약 냄새와도 유사하지만 이를 설명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소수의 예비역들은 군대에서밖에 맡을 수 없는 이 냄새와 극한의 상황을 그리워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처음 최루가스을 겪는 훈련병들에게는 최초 방독면을 벗거나 정화통을 해제한 순간 허파를 쥐어짜이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물론 이 상황은 1분 정도면 사라지지만, 그때부터는 얼굴가죽이 벗겨지는 쓰라림이 대신한다. 과거에는 장교들/부사관들/병사들이 얼이 나간 이때 노래를 부르거나, 번호를 외치거나, 제자리 뛰기, 앉았다 일어나기 등을 일정횟수 시켜 틀리지 않을 경우 내보내주었는데, 유격과 마찬가지로 꼭 한 놈씩 틀려서 고통을 배가시켰다. 보통 틀리지 않아도 꼬투리를 잡긴 했었다. 현재는 가혹행위로 규정되어 금지되었다. 그러나 최루가스는 눈과 기도의 점막을 자극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부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CS입자가 가득한 공기를 들이킨 뒤. 침으로 입자를 녹여 맛보아도 고추가루와 달리 아무 맛도 안 난다. 입자가 거친 것과 별개로 점막같은 예민한 부위에 닿지않으면 그렇게 자극은 크지않은 편이다.

간혹 인원들 중 한 명이 참지 못하고 들어왔던 철문을 들이받곤 한다. 그래봤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교관들이 문을 완벽히 막고 있으며, 문을 열었다 해도 교관이 다시 집어넣기 때문에 헛수고. 특히 사관학교와 부사관학교의 경우는 아예 문이 이중으로 되어있기도 하다. 괴롭고 미치더라도 빨리 방독면이나 뒤집어 쓰자. 또 가끔은 교관 앞에 무릎꿇고 앉아 살려달라고 싹싹 비는 훈련병도 있는데, 가급적 고통스러워도 하지 말자. 가스실습실 안에선 교관이나 조교 및 같이 있는 다른 훈련병들의 안전을 위해 약간의 구타도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뺨이나 귀싸대기 등을 처맞기도 한다. 조교나 교관은 자기보호와 저지를 위해 곤봉을 소지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굴 아프다고 손 올리는 사람 막는데도 자주 쓰인다. 물론, 탈출에 성공하더라도 다음이나 그 다음 인원 투입될 때 강제적으로 다시 들어간다.

특히 시력이 상당히 나쁜 안경 착용자들의 경우 방독면 착용시 안경을 벗어야 하므로, 가스실습실 내부의 전 과정을 반쯤은 장님에 가까운 상태로 체험해야 하므로 더더욱 공포스러운 기억으로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상태로 시작하여 흐릿한 시야 속의 눈물, 콧물, 그리고 처참한 비명을 겪어야 하니. 물론 이에 대비하기 위해 착용자의 시력에 맞추어 방독면 안경이라는 부속품이 있기는 하지만 훈련소에서는 보급받기 이전이라서 없고, 막상 보급을 받는 자대에서 껴 봤자 별 도움도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실전이라면 이거라도 감지덕지 해야겠지만.

맨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조는 남아 있는 CS캡슐을 소모하기 위해 한 번에 모조리 태워버려서 제일 안 좋은 꼴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농도가 상당히 진한 상태이기 때문에 조교도 버티기 힘들어 빨리 끝내버리기도 한다. 마지막 조가 아니더라도 방심하지 말자. 마지막 조 바로 전조에 들어갔다가 방독면 문제나 조교지시 불응으로 잠시 끌려나왔다가 바로 마지막 조에 다시 들어가는 2차투입(?)의 기적을 맛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첫 번째 조가 꼭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막 터트려서 따끈따끈한 희석되지 않은 가스를 들이마시는 셈이니.. 군대에서 중간이 좋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바꿔 말하면 아직 가스가 많이 퍼지지 않았다는 것이므로, 위치 선정만 잘만 하면 크게 들이마시지 않을 수 있다. 애당초 들어오기 전부터 터트려서 대기하고 있는 부대 따위는 없으니.. 그러나 항상 그렇지만은 않고 부대 사정에 따라 CS캡슐 소모량을 아끼기 위해 마지막 차례에 추가적으로 캡슐을 까지 않기도 한다.

위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가장 최악의 경우는 12월 말에 가스실습을 받는 입소자들이다. 그 이유는 CS캡슐의 한 해 소모량을 모두 소모해야 하기 때문. 가스실습은 입대 후 2~4주차에 받기 때문에, 11월 말에서 12월 중순 입소자들이 대상이 된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입대 안하신 위키니트들은 잘 처신하자. 경험자에 따르면, 불과 1~2m앞의 조교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가스 농도라고 알려져 있다.

훈련이 끝난 뒤 가스실습실 밖으로 나가서 교관의 명에 따라 양팔을 펄럭거리며 뛰어가게 된다. 이건 몸에 묻어있는 CS입자를 재빨리 털어내기 위한 것이다. 밖에서 순서를 기다리면서 이 모습을 보면 제법 웃기지만 당사자에게는 마치 생명의 날갯짓과도 같은 행동이다. 병영체험 같은데선 에어 컴프레셔로 털어내주긴 하지만 현역은 얄짤없다. 위에서 양팔 벌리고 펄럭거리며 뛰어가는 것이 끝이다. 자유롭게 팔을 펄럭거리고 뛰어간 후에는, 준비된 세면장에서 피부를 씻을 수 있다. 이 세면이 가스실습의 마지막 함정이라 할 수 있는데, 아무 생각없이 세수를 할려고 얼굴을 손바닥으로 비비는 순간 다시금 지옥문이 열린다. CS입자가 묻은 피부에 무언가가 닿아서 비벼지는 순간 엄청난 고통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얼굴을 비벼가며 씻을 바에야 씻지 않는 쪽이 고통이 덜하지만, 피부에 묻은 CS입자는 털어내여야 하므로 손으로 물을 퍼올려 얼굴에 가볍게 두드리는 정도로 씻고, 바람으로 자연스레 말리는게 가장 좋다. 흐르는 물로 씻겨보내면 좋은데 빨리가라고 대충 한두 번만 뿌려준다. 옆에 친절하게 걸려있는 타올은 끝까지 당신에게 고통을 주려는 교관과 조교의 세심한 배려다. 웬만하면 손에도 대지 않는게 현명할 것이다. 사람 피부보다 천으로 문지르는게 훨씬 더 아프다. 겨울이거나 바람이 강하거나 해서 땀 흘릴 걱정이 적다면 수도대신에 가스실 밖 야외에서 팔벌려 뛰기를 시키는 경우가 있다. 위에 말했듯이 씻는게 아니라 터는 쪽이 후유증이 적기 때문. 그래봤자 눈물콧물 범벅일테니 씻기는 씻어야겠지만. 간혹 조교가 "팔벌려 뛰기"를 "팔 굽혀 펴기"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CS입자는 흔히 생각하는 기체 타입이 아니라 미세한 분말 타입이기 때문에 입고 있는 전투복에 골고루 스며든다. 즉, 실습장을 나와서도 당신은 가스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스실습 교관으로 MOPP 4단계를 전부 착용한 채 실습장에 들어가더라도, 모두 벗고 나와 실내로 들어오면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도망갈 정도로는 남아있다. 그래서 가끔씩 입자를 전부 털어내지 못하고 전투복과 방독면주머니 같은 곳에 달고서 복귀하는데 그럼 생활관에서 2차 체험을 하기도 한다. 그나마 약해서 다행이지만 이유없는 재채기를 하게 된다. 육군사관학교와 육군부사관학교와 육군훈련소의 경우 숙영 및 야전 유격 훈련과정에서 가스실습을 하게 되어 조금은 덜하다.

간혹 가스실습을 받는 훈련병들 중에 방독면 주머니를 연 채로 가스실을 나오는 모습이 보이곤 하는데, 방독면 착용 단계에 착용 후 분명히 방독면 주머니를 닫으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가스실습 겪은 판국에 그런 거 신경 못 쓰고 워낙 급하게 나오다 보니까 잊는 게 다반사. 보통은 그냥 혼나거나 감점 내지는 벌점인데.. 악독한 조교를 만나면 재입실이 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닫는 걸 잊고는 그 안에 들어있던 부수 물품 같은 것들을 흘리고 나왔다가 유별난 교관의 지시로 다시 들어간 사례가 발견 되었을 정도. 어차피 부수물품같은 것은 하나도 쓰지 않으므로 빠지지 않게 잘 짱박아 두는 것도 요령이다. 다만, 자대의 경우 부대에 따라 모든 부수기재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이러한 모든 훈련을 받고 나서도 아무런 보람도 없다. 애초에 화생방전에서는 훨씬 더 지독한 독가스나 방사능 등이 사용되지, 무력화용인 CS가스가 사용되는 것도 아닌 데다가 화생방 상황에서 방독면을 벗으라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자세한 것은 아래에 후술. 굳이 이 훈련의 의의를 꼽자면 '화학무기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라는 교훈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것과 따라서 '전시에 다른 물자는 다 버리더라도 방독면만은 절대로 버리면 안 된다'는 것 정도가 있겠다. 물론 해당 사항은 말로 설명해도 충분히 알아들을 것이니 결국 무의미한 고문 행위나 마찬가지. 다만 화생방 상태에서 패닉에 빠지지 않고 침착하게 방독면을 착용할 수 있도록 경험을 시킨다는 의미도 있어 완전히 무의미하지는 않다. 이 점에 대해서도 후술.

들어갔다가 나오면 코감기나 비염이 사라진다는 거짓말이 돌기도 하는데 그런거 없다. 차라리 수술받았다가 재발하는게 더 신빙성 있다. 단 단순한 코막힘 정도는 뚫린다는 이야기는 꽤 많다. 다만 엄청나게 매운 음식 먹은 후에 뚫린 것과 비슷하므로, 어차피 얼마 후면 막힐 코는 또 막힌다. 애초에 코가 뚫리는 이유가 콧물이 주체없이 나와서이므로 막힌 콧구멍이 잠시 뚫릴 뿐이다. 몇 시간 지나면 깔끔하게 원상복귀되니 코가 뚫릴 것이란 희망은 버리자.

그나마 사람 사는 곳이라고 비염, 천식 등이 있는 호흡기 질환자는 예외시켜주기도 한다. 특히 군인권이 부각되어가고 있는 2010년 중후반대부터는 거진 예외자 확인을 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