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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회.정치.역사.인물

25년 동안 홀몸 노인 돌본 요쿠르트 아줌마 '프레시 매니저'

일명 요쿠르트 아줌마 '프레시 매니저'는 주 업무는 집집마다 방문해서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것. 이들이 못 가는 곳은 없다. 동네 구석구석부터 산 꼭대기까지. 심지어는 회사 사무실도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어 "공인된 정보수집원"이라는 말까지 붙기도 한다.

즉석에서 1:1 판매도 이뤄진다. 사무실에 배달하는 경우 현장구매가 제법 되는 편. 과거에는 65ml 살구색 야쿠르트만 팔았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떠먹는 요거트 타입의 슈퍼100이나 기능성 발효유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쿠퍼스 등도 판매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대부분은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휴대폰에 야쿠르트 앱을 설치하면 프레시 매니저 찾기도 가능하고, 현장에서 신용카드 결제 및 구매도 가능하다.

1971년 한국야쿠르트에서 가정주부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여성 판매원을 모집하면서 처음 등장하였다. 처음 등장한 70년대 당시에는 여성이 가질 수 있는 흔치 않은 '안정적인 일자리' 중 하나로 나름 선망의 대상이었다. 개인사업자 형태지만 이미 개척된 일정 구역을 인수받는 식이라 수입이 안정적이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고, 자녀를 가진 여성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업선택 기준인 근무시간이 짧으며, 복지혜택도 좋은 편이라고 한다. 또 좁은 동네에서 오래 활동하다 보면 인맥을 구축하고 정보통 노릇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2010년대 요즘도 점점 맞벌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귀해지면서, 특히 자녀 양육 문제로 경력이 단절됐거나 짧은 근무시간을 원하는 여성들이 몰려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2019년 프레시 매니저는 전국 집계 약 11000명이다.

그러나 평균수입 180만 원은 평균의 함정이다. 대부분의 기업 평균연봉 정보가 그렇듯이, 상위권 영업왕들이 평균을 엄청나게 올려놓은 결과가 180만 원이고, 실제 프레시 매니저들이 처음 들어가서 얻는 소득은 100만 원을 간신히 넘기는 것이 부지기수다. 정기적으로 받아먹는 사람들에게 배달해주는 것으로는 월 40만 원밖에 벌 수 없다. 그래서 본사에서 초기에 몇개월은 정착지원금 형태로 30만 원가량 추가지급 하는 듯한데... 문제는 각 지사에서 오래된 팀장이랑 회계가 이 정착지원금을 일부만 주고 나눠먹는 경우도 있는 듯. 특히 프레시 매니저들이 법적인 문제를 잘 모르다보니 그냥 몇개월 하다가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이렇게 물갈이가 자주 될수록 중간에서 신입을 끊임없이 받게 되므로 팀장이 폭리를 취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창업자본금 문제도 있다. 프레시 매니저가 무슨 창업자본금이 필요하냐고 하겠지만, 프레시 매니저는 첫 달부터 판매할 물건을 회사에서 외상으로 떼와서 판매한 후에, 외상한 한 달치 물량의 대금 수백만 원을 갚은 이후에야 판매 수익 배분을 받을 수 있다. 수익은 매달 매출의 25%~30%를 판매 수수료 명목으로 받는 것.

미수금 및 재고처리 문제도 있다. 정기적으로 받아먹는 고객들 중에 종종 외상으로 달아놓는 고객들이 있는데, 그 외상액은 당연히 한국야쿠르트가 아닌 프레시 매니저가 빌려주는 것이다. 한국야쿠르트는 프레시 매니저에게 매달 재고값을 받기 전에는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는다. 프레시 매니저 처지에서는 판매대금이 다 수거되지 않아도 수백만 원의 해당 월 재고값을 내야하는데, 보통 십만 원은 넘는 외상물품 대금은 애초에 수거되지 않았으니 고스란히 빚이 되는것. 한국야쿠르트 처지에서는 리스크가 전혀 없는 손해볼 일 없는 장사인 것이다. 심지어 판매하지 못한 재고를 반납하면 눈치를 줘서 프레시 매니저가 유통기한이 다 된 재고를 본인 돈으로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노동법상 사각지대 문제도 있다. 사실상 회사에 종속돼 일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4대 보험, 퇴직금, 연차휴가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영업압박의 고충도 있다. 회사에 불리한 외상문제, 4대보험, 퇴직금,연차휴가 문제에서는 "여러분은 개인사업자입니다" 라고 하면서, 평상시에는 영업압박을 하고 경쟁을 시키는 것.

결국 내부로 들어가보면 경제적 법적인 약자에 대한 부조리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에 근로자로 인정되지도 않으니 그야말로 노동사각지대.

2019년 3월 7일 한국야쿠르트 창립 50주년을 맞아 정식 명칭이 프레시 매니저로 변경되었다.